230514 수업일지(수정했으니까 다시보세요)
평소에는 손필기로 다이어리에 적지만 오늘은 내 존경심과 이 황홀함을.... 주접으로 담아내기 위해서 블로그의 힘을 빌리겠다
아 선생님... 진짜 최고야 흑흑
사실 이거 공채 대본 다섯개중에 랜덤으로 골라서 시켜보신다고 준비해 오라 그러셨는데 난 랜덤으로 두개정도? 많아봤자 한 세개 시키실줄 알았는데 다 하셔도 괜찮겠어요? 라고 물어봐주셔서 와 저야 감사하죠 ㅠㅠㅠㅠ하고 기꺼이 다했다... 아니 이 긴 지문을 다 봐주시다니 정말...사랑합니다
1. 10대 소녀 연기는 초반에 텐션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첫 문장을 떼는게 어렵다고 하니 그냥 툭 던지듯이 내뱉어도 괜찮다고 말씀해주셨다. 좀더 오버해서!!! 안 가르쳐 줄 거지롱~도 메롱~하는 느낌으로 좀더 활발하게 해야한다. 괄호 안에 있는 (해맑게) 같은 주문은 잘 이행해야 한다. 마지막에 문 여는 느낌은 좋았다.
의외로 톤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난 사실 프리큐어 이후로 10대 여아 캐릭터에 조금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기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게 나왔나 보다. 긴장해서 그런지 조금 떨리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톤으로 괜찮다는 평가를 들어서 너무 행복했다.. 두번째로 연기를 보여드렸을 때는 텐션이 확 오른게 느껴지고 진짜 명랑한 10대 여아 같다고 잘했어요!!라고 말씀해주셔서....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ㅠㅠ
2. 30대 여자 (신경질 적인 성격)
신경질적인 부분을 잘 나타낼 것. 대놓고 신경질을 부리던가 아니면 중간 중간에 신경질을 부리는 듯한 장치를 넣어놓을 것.
나는 나미리 선생님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고 말씀드리니까, 나미리 같은 캐릭터는 대사 안에 밀당이 많다. 강약 조절은 물론이고 밀당을 잘 해야한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러고보니 맞는 말인것 같다. 이토록 나미리 선생님 대사가 찰지게 들리고 히스테릭한 성인여성의 대표격으로 내 뇌리에 남아있는 것도 말투가 독보적인 밀당 가득한 말투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었다. 정말 놀라운 분석력이다.... 역시 선생님...
3. 10대 미만 남아. 순수 명랑 쾌활
난 남아가 나름 괜찮은것 같다!! 초반부터 칭찬을 받았다 히히 잘 먹겠습니다~할때 먹는 호는 좀더 어린아잉같이, 와악 물고 씹고 꿀꺽 삼키는것 까지 표현했으면 더 좋을것 같다고 하셨다. 짱구처럼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 알게됐어요~! 부분의 어미가 너무 끌려서, 화난 남아같은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셨다. 내 버릇인것 같다 어미를 끄는 것 말이다... 불필요하게 어미를 끄는걸 적극적으로 고쳐야겠다. 그래서 됐어요~~를 됐어요! 이런 식으로 어미를 짧게 끊어준다. 이와같은 피드백 외에는 톤이 괜찮았다고 칭찬하셨다 히히....
4. 연령불명 여자. 사악한 마녀 악당
단문들 중에서 이 톤이 제일 안정적이고 떨리지도 않고 나랑 잘 맞는것 같다고 하셨다. 사실 나도 그렇게 느꼈다. 마녀같은걸 해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저음으로 후두를 내리면서 목구멍을 약간 닫고, 거기에 가성을 조금 첨가하면 간드러지는 마녀가 된다. 그리고 포인트를 주는거에 그 마녀가 어디서 더욱이 화가 난건지 포인트를 잘 주면 더 좋을것 같다는 간략한 피드백을 받았다. 언젠가 선생님이 예란씨는 처음에는 여아가 잘 어울릴거라 생각했는데, 몇번 목소리를 들어보니까 이런 중성적인 캐릭터나 남아도 어울리는것 같다고 해주셨다. 하 선생님 천사....
아 그리고 이런 역할을 할 때는 장-단음을 지켜주는게 좋다고 하셨는데, 그 장단음을 잘 지켜줘서 좋았다고 칭찬해주셨다. 근데 나는 사실 장단음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그냥 있는그대로 연기했는데 그게 잘 지켜졌다니 다행이다. 뭐 이번에는 어디서 주워들은게 있어서 장단음을 지켰을지 몰라도, 다른 단문에서는 내가 모르는 단어가 나올수있으니 장단음 공부를 해놓는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캐릭터보다 연기가 먼저여야 한다. 마녀는 이럴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임하면 연기가 뒷전이 된다. 수많은 지망생들이 겪는 오류라고 한다. 나도 이점을 명심해야 겠다.
5. 40대 중후반 여자. 밝고 유쾌한
도라에몽에 나오는 진구 엄마 역할이었는데 정말 경박스럽게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정신주을 놓고 연기했더니 앞부분은 아주 좋다고 평가해주셨다. 뒷부분에서 상황이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아서 애매하게 표현된게 아쉽다고 하셨지만 말이다.
진구엄마가 흥분했다가, 이성을 찾고 돌아오는 부분에서도 너무 시니컬하다고 하셨다. 감정이 바뀌었지만 같은 캐릭터라는 걸 인지하고, 그 캐릭터의 입체성에 대해서 고민해보면 좋을것 같다고 하셨다. 그림을 더 정확히 그리자. 그림을 애매하게 그리면 결과물도 애매하게 나올 뿐이라는 것을 잊지말자... 또, 톤도 좋고 재밌게 들었으나 여기서 더 추가를 해보자면 목소리를 좀더 굵게 내서 약간 꼬는듯하게 발성해 좀더 코믹한 느낌을 줘봐도 괜찮을것 같다고 조언해주셨다!!!
저저번주 부터인가, 녹음실을 나와서도 바로 옆에서 연기 지도를 해주면서 시범을 보여주시고 한번 해볼까요? 하면서 나한테도 시켜보신다. 사실 녹음실에서의 디렉팅은 그러려니 하는데 이렇게 일대일로 숨소리까지 전해지는 바로 옆자리에서 할줄은... 처음에는 조금 당황해서 네..??????했지만 곧 잘 응하는 내가 있었다.. 역시 익숙해지면 뭔들 못하랴.... 머뭇거릴 시간따위 없다 조금이라도 피드백을 나눠야하기 때문에... 이시간은 너무 소중하다고... 그냥 질러버려!!!!!!!!!!
그리고 은근히 즐기는 지경까지 가버리고 말았다. 다음주에는 초독 테스트를 시켜보신다고 하셨는데 아 나 유사 난독증 호소인인데 큰일났다 내 밑천이 다 드러나고야 말것같다....... 이미 다 보여드린 밑천이지만 여기보다 더 지하세계가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기에.. 하 내일부터 책 열심히 읽어야겠다 ㅠ 하 망했어....... 그래도 선생님이 좋으니까 끝까지 붙들고 해봐야겠다.
선생님이 원래는 한명당 30분정도 수업해주는게 맞는데 50분은 넘게 수업해주셨다. 그것도 일대일로.. 솔직히 이정도면 개인사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데, 매번 이렇게 오버해서 수업해주시니까 너무 감동적이고 감사하다.
사실 선생님이 프리랜서가 되신지 얼마 안 되셨는데, 처음에는 조금 걱정이 들었으나 바보같은 걱정이었다. 오히려 최근 방송사의 동향이나 어떤 연기 스타일이 유행하는지, 지망생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나 실수를 명확히 알고 판단해서 전혀 기분나쁘지 않게 mz식으로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니.. 이런 천사선생님이 따로없으시다... ㅠㅠ 오늘도 선생님 거의 9시 넘어서 퇴근하신것 같으신데 괜찮으시려나 모르겠다. 나를 제대로 기억하실까 싶었지만 첫 수업부터 지금까지 멀리서 통원하는 것도, 내 약점과 강점까지 모두 기억하고 계시기에 그저 매주 감동할수밖에 없다. 사실은 원래 원하는 선생님은 좀 열정적으로 밀어붙이고 강압적인것 까지는 아니라도 에너지와 에너지가 만나서 더 불태울수 있는 열정적인 선생님을 원하기는 했지만, 이번 선생님이야 말로 외유내강의 근본.... 목소리는 너무 상냥하시고 친절과 다정의 인간화 그 자체신데, 속은 정말 강철멘탈이신것 같다. 무엇이 일어나든 단단 그자체이신것 같다. 귀염뽀짞상큼한 목소리 뒤에 숨겨진 강철멘탈이라니... 너무... 너무다.... 다른 수강생이 선생님보고 요정이라 그러는 나에게 그건 그냥 변태라고 할 정도로 선생님이 너무 좋아졌다 흑흑 선생님 사랑해요.. 아 참고로 선생님은 여자분이시다.. 하 정말 그 선생님 봐서라도 끈을 놓지않고 계속 공부해야겠다. 사랑해요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