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스즈메의 문단속

예 란 2023. 3. 2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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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줄글 후기 찌러왔다.
이번에 본 영화는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신카이 마코토 영화인데
신카이 마코토 영화는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되는 마성이 있다. 나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외에 마음에드는 극장판이 단 하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너의 이름은부터 시작해서 신작이 나올 때 마다 개근을 하고있다.
그리고 얼마전에 오빠한테 너의이름은 재개봉한거 손수 내 혈세를 들인 영화표로 보여줌.
이딴거 왜 보여주녜서 내가 좀 똥믈리에라고 함.
사실 너의 이름은 N회차 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닐까. 나는 술 만들려고 침 뱉는 순간부터 모든게 다 깨져버렸는데 그 와장창날만한 장면을 감성으로 이겨낼 비위라니 정말 대단하다..
뭐 신카이 마코토 영화는 매번 그런 의미를 알수없는 기괴한 메타포가 한개 이상은 등장하는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익숙하게 느껴질수도..
내가 그 감독을 별로 안좋아하는 이유로 말할것 같으면, 일단 본인의 환상을 나열한 후에 스토리를 어거지로 입힌듯한 인위적인 느낌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너의 이름은 이지 않을까 싶은데,
영상미가 풍부하다고 하는것도 그냥 나 오늘은 하늘 그리고 싶으니까 하늘 나는 장면 넣어! 라는 식으로 밖에 안보이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런것들을 다 차치하더라도 여성 캐릭터를 대상화해서 나라를 위한 제물로 바친다던지, 어쩔수없는 희생을 한다던지 등등의 고리타분한 설정이 더 내 머릿속을 피로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근데 상기한 악평들과 다르게 나는 나름대로 재밌게 스즈메를 보고왔다. 
성적 대상화된 장면도 그다지 이렇다 할 장면은 없었으며, 모험이나 액션 등 새로운 시도를 해본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이 왜 산신령일까...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실것만 같다. 아무래도 그 감독이 왜 남주 얼굴이 다 똑같냐고 허구헌날 까이니까 나름 매니악하게 여심공략을 해보려고 영끌 한 모양인데, 그걸 노린게 보여서 오히려 더 킹받는다. 그냥 평범한 일본남자애로 만들어 차라리.... 무슨일일까..... 목소리는 되게 좋았는데.. 
감독이나 프로듀서가 캐릭터를 만들 때에,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이나 가치관, 성격 등등에 따라서 얼마나 깊게 그 캐릭터를 짜기 위해서 연구를 했는지가 보이는데 이번에나온 캐릭터들은 하염없이 얕다는 생각이 더 먼저 들었다. 그러니 공감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말이다. 여심공략은 더더욱 물건너 간듯 보인다. 캐릭터가 얕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바탕이 되게 하는 건 캐릭터를 구상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인격체로 빚어내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가 일궈내고 싶은 환상어린 스토리를 꾸며주는 도구로 만드는 것 밖에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물들이 하는 행동 갖가지가 비합리적이고 이해가 안가는 행동 투성이다. 나는 그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인간대 인간으로 공감이 갔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른 명작을 낳은 감독의 영화를 보면 그 영화가 끝나도 등장인물은 계속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갈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그 감독의 작품은 그런 영적인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이 어떤 인과관계에 상관없이 그저 감독이 원하는 플롯으로 움직이기 위해 소모시키기만 했을 뿐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신선한 것들은 많았으니 재밌게 봤다고 말할 수 있는 거겠지. 인터스텔라 오마주 스러운 전개도 나름대로 괜찮았고, 타임 리프물이나 재난물의 한계는 명백히 존재하는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그 한계 속에서도 자신만의 독창성을 찾아내고 새로운것들을 발굴해내려고 노력하는것 같아 보인다. 이제 리프물은 놓을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여담으로 나는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스포아닌 스포를 당했던 게, "변기였어도 사랑할 수 있을것 같냐" 는 혹평을 인터넷에서 보고 대체 왜 변기가 나오는거지? 하고 의문만 가득했는데, 영화 시작 10분만에 왜인지 알아버려서 끝날때 까지 변기 생각밖에 안나더라 까지는 아니지만 간간히 생각나는 변기.... 아 제발... 내가 스포보다 더 지독한 걸 밟았구나 싶다.
근데 그것도 맞는 말이기는 하다. 만약 의자가 아니라 변기였다면 어떻게 됐을까.....하하
그리고 뭐... 여주가 고등학생 신분이고 남주가 대학생인 것에서 문제가 있는 건 최소한의 상식과 지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파악이 가능할거고,
솔직히 거의 초면에 가까운, 지나가면서 길 물어본 정도의(신천지..?) 일면식이 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대신 죽어주겠다고 희생하는 것도 공감하기가 심히 어려운데, 거기다 엄마도 자기 딸이 죽을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도와주겠다며 나서고 있고..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지만 여캐가 희생하는 데에서 오는 감성같은 걸 인위적으로 소비하고, 또 그런것에 감동받고 인간의 정을 느끼는 본인 스스로에게 도취되게 만드는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젠 여캐가 희생 안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리프물이 뻔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이지 않을까. 여캐에게만 주어진 특수성을 이용하는 것 말이다.
아 그러고보니 원래는 여여커플로 하려고 했다던데 차라리 그게 나앗지 않았을까..? 초반에 여자 친구랑 연대하는 장면은 되게 훈훈하게 봤는데... 사실 동성간의 우정만큼 진한 사랑도 없는데 말이다. 감독은 처음에 여여커플로 하려 했으나 프로듀서가 뒤집었댔나 그랬는데, 오히려 둘다 여자로 시작하는 편이 더 애틋하고 여운이 짙어지지 않을까 싶다.
또 리뷰를 찾아보니 그냥 남자애 하나 희생시켜서 세상의 평화를 구하고 말할줄아는 고양이랑 스즈메랑 행복하게 사는게 더 나은 엔딩이지 않았을까 추론하던데 이것도 맞는 말인듯...ㅋㅋㅋㅋㅋ 솔직히 한번 마주친걸로 갑자기 세기의 사랑을 한다는건..... 흔히 남성들이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면서 갑자기 모든걸 다 줄듯이 망상에 빠지는 것과 비슷한 무맥락적인 이치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이 뻔한 굴레에서 빠져나와서 빨리 더 새로운걸 추구하고 모색해야 할듯...
뭔가 악평만 남긴 느낌인데 나는 혈세를 주고 소비했으니까 뭐.. 완전 욕만 한것도 아니고 말이다.
글을 좀 조리있게 정리해서 쓰고 싶었는데 그럴 힘이 남아있지 않다.. 오늘 6시간 자고 나갔다고.....
그냥 나오는대로 써봤다. 아 기억에 남는건 역시 변기 밖에 없네 시부레... 그냥 의자가 아니라 변기로 해라 차라리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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