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04 / 헌혈 나노후기

오늘은 학원가는날이라 약 11시경에 오는 청량리행 급행열차를 타고 신촌으로 향했다.
신촌에는 가성비거리가 있다. 물가를 거스르는 가성비 만점인 가게들이 늘어서있는 거리로, 모두 현금결재만 가능한것이 특징이다.
사진은 돈코츠라멘이지만 원래는 4천원짜리 돈까스를 먹으러 간거였다. 근데 돈까스집에 도착하기 전에 같은 골목에 위치해있는 돈코츠라멘 오천원짜리를 보게되었고 갑자기 미친듯이 돈코츠라멘이 땡기기 시작해버렸다. 얼떨결에 변경한 행선지.. 앞에 커플 한팀이 웨이팅하고 있어서 줄을 섰다. 줄은 10분도채 안 선것 같다. 손님 한 명이 나와서 자리가 한자리 비었는데, 앞에 계시던 커플 한쌍이 나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양보해주셔서 들어갔다. 역시 이래서 혼밥이 짱 편하다.
아참 사진에도 나와있지만 가게 이름은 야마노 라멘이다.

이렇게 나온 5천원짜리 돈코츠라멘이다. 곱빼기는 8천원이었나 그랬다. 계란이 두개 들어가고 양이 엄청 많다고 한다.
그런데 저 오천원짜리 기본 라멘도 양이 두둑했다. 소식가라면 조금 남길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일단 받자마자 생각보다 묵직한 무게감에 놀랐고, 펄펄 끓인 국물이 따뜻해서 두번 놀랐다.

차슈도 은근히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몇점 안들었나 싶었는데 뒤적거리니까 더 나오더라. 얇은 차슈지만 면만 먹기에는 심심하기 때문에 차슈를 같이먹으니 든든하니 좋았다. 계란도 말해뭐해 적당한 완숙에 가까운 반숙이 식감 굿이었고.. 풍부하게 들어가있는 숙주랑 파가 느끼함을 잡아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서걱한 야채가 씹혀서 산뜻했다.

값깐 가격에 잘 먹었으니 설거지도 해드리고 나왔다.
그러고보니 이곳은 물이 구입해야만 나오는데 삼다수가 천원이다. 이 골목은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인것 같다. 불필요한 서비스를 최대한 줄이고 적은 마진으로 가성비 최상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해야하나. 물을 따로 사야하는건 약간 팁 같은 개념인듯 했다.
전반적인 맛은 정통 돈코츠라멘이다. 어느 라멘집을 가서든 먹어볼 수 있는 흔한 맛이라고 하면 그렇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이런 정통파 라멘은 흔치않은것 같다. 솔직히 다른 한그릇에 8~9천원하는 라멘집에 가서 실망하고 나온적이 많았기에, 더더욱 이곳에서 먹은 돈코츠라멘이 맛있게 느껴졌다. 오죽하면 이치란보다 더 맛있었다.
신촌에서 혼밥할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추천이다. 둘이서 가도 물론 맛있다. 근데 회전율이 빨리 돌기 때문에 오랫동안 앉아서 오붓하게 데이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도 그 협소한 공간과 빠른 회전율 속에서도 맛과 퀄리티가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나중에 한번 더 방문할 의향이 있다.
그런데 다음번에는 같은 골목에 있는 4천원짜리 돈까스, 그리고 또 그 옆에 있는 5천원짜리 김치찜도 먹어보고 싶다. 거스름돈이 현금으로 5천원이 남았으니 다음번에는 김치찜을 먹어볼까 싶다.

그리고 헌혈의집에 갔다. 여전히 노랑조끼맨이 날 반겨주셨다. 라고 하기에는 내가 더 적극적으로 인사한것 같다. 저저번주에도 갔던 신촌센터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한산한것 같길래 간단히 사진을 남겼다. 이렇게 셀프바에 정수기가 있고 직접 갖다먹을수 있는 요깃거리들이 비치되어있다. 눈치안보고 가져다먹을수있는게 좋은것 같다. 사실 아이스티만 있어도 겁나 상타치인데, 율무차 까지 있어서 정말 ㅅㅌㅊ중에서 ㅅㅌㅊ였다. 보자마자 엔돌핀이 마구 돌았다.

응 율무차가 아니라 핫초코였어~
그래도 핫초코 미떼 정도면 정말 ㅆㅅㅌㅊ라는 말밖에 안나온다. 그냥 존 맛 .... 평소에 맛볼수없는 고급 스페셜 티(?)이기 때문에 홀짝 마셔주었다.
초코파이도 한 세개정도 와그작 먹었는데 이거 너무 많이먹는거 아닌가 하고서 헌혈의집 기둥이라도 뽑을세라 걱정했지만, 내가 아무리 초코파이 몇백개를 쳐먹어봤자 내 피 값의 반에반도 안될거라고 정상적인 사고를 거치고선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내가 헌혈을 끝내고 헌혈자 휴게실에 앉아서 당충전이 필요해 초코파이를 와구와구 먹고있는데 저 박스에 붙어있던 타이머에 알람이 삐비비빅! 삐비비빅!!! 하고 울렸고 나는 헐레벌떡 알람을 껐다. 조..조용히햇!!!!!!😡 삐비빅하고 울리는 광역어그로에 제발 노랑조끼맨이 호다닥 달려오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엄청난 반응속도로 알람을 해제했다 .. ... 알람이 울리자마자 속으로 오지마세요제발오지마세요제가알아서반납하고갈께요 하고 외쳤다. 정말이지 이정도 석창난 사회성으로 대체 회사는 어떻게 다닌건지 궁금하다.
아참 오늘 헌혈은 트리마로 혈소판 진행했다. 문진할때 처음보는 선생님이 봐주셨는데, 몸무게를 세번이나 물어보셨다. 보통 50kg나간다고 하면 어림잡아, 아니면 반올림해서 50kg겠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수도 있기 때문에 이해는 하는 부분이다. 아니면 내가 50kg도 안 나가보일수도 있고 말이다. 기본적으로 팔(특히 손목)이 얇은 편이라서 더 그래보였을수도.. 아무튼 채혈하러 들어갔을 때에도 간호사 선생님이 혈소판 헌혈 해보셨어요? 하고 여쭤보셔서 네 한 30번 넘게 해봤어요. 라고 대답해드렸는데 안도하시는 듯 하게 아~! 하시고는 묵묵히 채혈을 진행해주셨다. 난 사실 헌혈을 많이 해봤다는 걸 굳이 입밖으로 내는 이유가, 간호사 선생님들이 마치 매크로처럼 설명하는 헌혈시 주의사항이나 채혈 방법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노고를 줄여들이기 위해서다. 오늘도 선생님이 정말 필요한 말씀만 하셨따.. 나도 회사를 다녀봐서 알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 하는것도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되는 일이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하는게 최선이다. 내가 너무 과하게 배려하는거라면 그럴수도 있겠다. 쥐는 스펀지 드릴까요? 하고 여쭤 보셨는데 귀찮으실까봐 그냥 괜찮다고 했다. 사실 주먹운동 용으로 말랑말랑한 커비를 들고가고 싶었지만 내가봐도 너무 육갑떠는것 같아서 참았다..ㅎ 뭐 아무튼 별 탈없이 끝났다. 저저번주에 아미커스로 했을 적에는 50분안에 끝났던 게 이번에는 거의 두배 수준인 한시간 반 가까이 꽂고있었던것 같다. 중간중간 울리는 기계의 고나리질은 덤.. 근데 워낙에 버저가 자주 울리는 기계라 그런지 선생님들도 그냥 대수롭지않게 적당히 먹금(?)하셨다. 오히려 그래서 편했다. 주먹운동 제가 알아서 잘 할께요....아니 위에 적은것도 그렇고 나 너무 아무도 말 안걸었으면 좋겠다는 티를 팍팍 내는거 아니냐..ㅋㅋㅋㅋ
아참 레드커넥트 어플로 찾아보니까 혈소판은 40번째더라. 내가 이 쉽지않은 혈소판을 40번이나 해냈다는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요새 헌혈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헌혈의 종류중에서 가장 가성비있는 게 혈소판 성분헌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극히 내 기준으로 헌혈할때 드는 수고비용이나 그에따른 보상(기념품) 또 채취한 혈액의 쓰임새들을 고려해봤을 때에 전혈은 두달 텀이 길기 때문에 기다리기가 감질맛 나고, 혈장은 내가 알기로는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서 보다는 신약 개발을 위해서 더 쓰인다고 알고 있고, 혈소판은 수혈 외에도 기타 혈액질환 환자에게 쓰여질수 있다고 알고있다. 물론 가장 범용성있게 쓰일수 있는 건 전혈이나 혈소판혈장이겠지만.. 난 아마 이대로 이변없이 살아간다면 죽을 때 까지 혈소판혈장은 못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혈소판으로 타협하는 것이다. 문진할 때 간호사 선생님한테 다종의 "다"자라도 꺼내면 바로 안된다고 입구컷 당하는거보면 답이 나온다. 또 솔직히 전혈은 10분만에 끝나니까 좀 재미가 없다(????) 혈소판정도는 해줘야 아~ 내가 헌혈 했구나~ 싶지.. (이건 대체 뭔 소리래) 암튼 50kg 나가는 여성이 혈소판을 하는 광경이 흔치않기도 하고 힘 닿는데 까지는 하고 싶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건장한 몸에다가 O형이라는 만능 혈액형을 가진게 신이 헌혈하라고 만들어주신 선물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물론 O형이라고 해서 모든 혈액형에게 수혈이 가능하다는 건 이론상 가능한 것이고 현실에서는 최대한 동일 혈액형으로 맞춰 수혈하고, 다른 혈액형에게 수혈하는 건 최후의 보루이지만 말이다. )
뭐.. 헌혈 키워드만 나오면 말이 많아져서 각설하고..^^ 사진에 보이듯이 새콤하게 고려은단도 먹어주고 학원으로 향했다.

역시 내가 일등으로 도착했다 히힛

오늘 내 최애 바람막이 입고 나갔는데 너무 추워서 올해에는 글렀구나 싶었다. 당장 옷장에 박아놔야지... 못견딜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패딩 아니면 감당이 안될것같은 추운 날씨였다.
학원 선생님이 치킨을 사주셔서 치킨먹고 약 9시에 출발해 11시 가까워진 시간에 도착했다. 오늘 12시간 외출해있었구나.. 장하다 나야... 아참 새로운 수강생분들이랑 치킨 뜯으면서 이야기 하다가 한 분이 나보고 몇살이시냐고 물어보시길래 나이를 말하니까 일동 에~?~???!?! 이러면서 엄청나게 놀라시더라. 엄청나게 동안이시라고. 많아봐야 한 23살정도로 보였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익숙하다는듯이 아~그런말 자주 들어요 ㅎ저는 민증 필수 지참이에요.. 라고 말했다. 사실 동안이라는게 나한테는 약간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니게 된것같다. 목소리마저도 애같아서 어쩔때는 컴플렉스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냉철하게 자기객관화를 해봤을 때, 마른 사람한테도 넌 왜그렇게 말랐냐, 밥 좀 많이 먹어라. 살좀 쪄라고 고나리질 하는게 당사자에게 스트레스가 될수 있고 나도 그 마음을 알지만, 솔직히 뚱뚱한 사람한테 살 빼라고 뚱뚱하다고 뭐라하는 것 보다는 낫지않나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힘 내라는 범주에 속하는 말들이기에 말이다. 그것처럼 나는 동안인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삭아보이는것 보다는 그래도 낫지 하는 마음이다. 제나이로 보이면 이상적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동안이라는게 좋은 무기가 될수있는 방향이 많기 때문에 좋게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뭐 그런 시선들이 익숙한것은 사실이다. 그런 작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아 내일 회사가서 먹을 도시락도 싸놨고 상당히 기대가 되는 한주의 시작이다. 벌써 5일이라니 정말 신기할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리네 싶다.